검색결과22건
프로야구

[손윤의 야구 본색] ABS 시대를 맞이한 투수와 타자의 대처법은

올해 KBO리그는 세계 최초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 실전에서 운영 중이다. 심판(사람)이 아닌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나눈다.야구장 환경과 날씨 등에 따라 판정의 차이가 난다는 현장 목소리가 있다. 우려가 작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사람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한 지난해까지 논란의 중심은 일관성의 문제였다. 한 경기에서 이닝마다, 혹은 공 하나마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다를 때가 있어 선수와 코치진이 불만을 토로했다.김용달 전 삼성 라이온즈 타격 코치는 "구장마다 스트라이크존에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가 크지 않다"며 "그 경기에서 일관되게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이루어지므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A 구단 타격 코치도 "경기에서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구장마다 미세한 차이는 구장의 특색 정도라서 논란이 될 부분은 아니다"라면서 "중요한 건 ABS라는 스트라이크존 변화에 따른 투수와 타자의 대처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ABS 시행 세칙에 따르면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홈플레이트 기준 좌우로 2㎝씩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지만, 중간과 끝의 기준점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스트라이크존은 좁아진 느낌이다. 특히 릴리스 포인트가 옆에 형성되는 사이드암스로의 경우 스트라이크존이 더욱 좁아진다는 평가다. 그만큼 스트라이크존의 높낮이를 활용하거나 정교한 제구 없이 타자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어렵다.타자 신장에 따라 조정되는 상하 스트라이크존은 높은 쪽이 크게 확대됐다. A 구단 타격 코치는 "체감상 공 2개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이라면 볼이었던 높은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돼 투수가 던질 곳이 늘어났다. 타자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각이 크고 빠르게 휘는 커브가 하이 패스트볼과 함께 최상의 조합으로 떠올랐다. 반대로 낮은 쪽 스트라이크존에서 볼로 떨어지는 포크볼의 효과는 줄어들었다. 김용달 전 코치는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의 높은 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니 타자도 히팅 포인트를 높은 쪽에 두게 된다. 공을 높게 보는 만큼 낮은 쪽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에 속을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포크볼이 효과를 보려면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처럼 낮은 쪽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가 필수다. 그런 제구가 없으면 포크볼로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15일 기준 평균자책점 상위 20위 중 포크볼이 주 무기인 투수는 알칸타라가 유일하다.A 구단 타격 코치는 "ABS는 투수의 구종뿐만이 아니라 타자의 스윙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6년부터 메이저리그(MLB)를 중심으로 플라이볼 혁명이 이루어지며 타자의 스윙은 어퍼 스윙이 주류가 됐다. 어퍼 스윙은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처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높은 공을 치는 데는 불리하다. 높은 쪽 스트라이크존의 확대로 그곳을 공략하는 투수가 늘어나는 만큼 타자의 스윙도 어퍼 스윙이 아닌 레벨 스윙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타자의 스윙 발전도, 투수의 구종 추가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ABS에 맞춰 누가 얼마큼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하느냐에 따라 팀은 물론이고 개인 성적도 크게 좌우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스카우트나 트레이드,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과 같은 팀 전력 구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앞으로 ABS가 구단과 선수를 얼마큼 변하게 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야구 칼럼니스트정리=배중현 기자 2024.04.19 09:01
프로야구

[IS 포커스] 공인구 반발계수 0.4208, 잘 뻗는 타구? 선수들은 갑론을박

프로야구 공인구 반발계수를 두고 현장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체감한다는 선수와 그렇지 않다는 선수가 팽팽하다.지난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4년 공인구(경기사용구) 1차 시험 결과 평균 반발계수는 0.4208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평균 반발계수(0.4175)와 비교하면 0.0033 높아졌다. 보통 반발계수가 0.001 높으면 타구 비거리가 약 20㎝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O 합격기준(0.4034~0.4234)의 최대치에 근접하면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컸다. 반발계수가 0.4200을 넘은 건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개막 이후 홈런이 곧잘 나온다. 27일 기준 경기당 평균 홈런이 1.84개로 지난해보다 0.58개 늘었다. 시즌 초반이지만 연타석 홈런(요나단 페라자) 만루 홈런(김성욱) 끝내기 홈런(기예르모 에레디아) 등 다양한 홈런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A 투수는 "타구의 반발력이 좋아진 걸 상당히 많이 느끼고 있다. 뜬공이라고 생각한 타구가 마지막에 가라앉지 않고 뻗어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홈런을 비롯한 장타가 많이 늘어갈 거 같다"고 경계했다. 최근 열린 메이저리그(MLB) 구단과의 스페셜 매치에 출전한 B 타자는 "롤링스(MLB 공인구)는 원래 좀 잘 날아가는 거로 아는데 '스카이라인(KBO리그 공인구)이 왜 이렇게 잘 날아가지?'라는 생각했다. 뜬공도 엄청나게 오래 날아가더라"며 반발계수 상향 효과를 설명했다. 그런데 모든 선수가 이에 동조하는 건 아니다. 평가를 유보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C 타자는 "아직 초반이라 더 지켜봐야 한다. 체감상 달라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D 타자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타석에 더 서봐야 반발력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E 타자는 "못 느낀다. 똑같은 거 같다"며 "잘 맞은 공은 잘 날아가고 빗맞은 공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나무(배트)나 이런 게 점점 좋아지는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홈런이 늘어난 비결에 대해 다른 이견을 내놓기도 했다.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올해 KBO리그는 세계 최초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으로 경기가 운영 중이다. 이른바 '로봇 심판'의 스트라이크존(S존)을 익히느라 선수들이 진땀 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인구 반발계수까지 경기 변수로 떠올랐다. 야구 흥행을 위해 반발계수를 올린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등장한 상황. KBO 관계자는 "반발계수를 의도적으로 상향한 건 아니다. 몇 개의 샘플링 중에서 범주 내 높은 수치가 나왔을 뿐"이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3.28 08:20
메이저리그

오타니는 못했지만 김하성은 했다, "팬들에게 인사해" 시간 지연 시킨 심판의 'MLB식 배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타석에 들어서자 고척 스카이돔이 들썩였다. 이내 김하성은 헬멧을 벗고 고척돔을 찾은 팬들에게 인사한 뒤, 구심 및 포수와 살짝 이야기를 나누고 타석에 임했다. 사실 이는 타이밍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피치 클록을 실시한다. MLB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때 15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8초가 남은 시점에는 타자도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헬멧을 벗고 인사를 할 시간이 없다. 이날 일본 대표팀 동료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와 첫 맞대결을 펼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경기 후 "타석에서 다르빗슈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피치 클록 시간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그러나 김하성은 여유 있게 팬들에게 소화했다. 이 뒤에는 심판의 배려가 있었다. 이날 구심인 랜스 박스데일 심판위원은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일부러' 홈 플레이트를 닦아냈다. 주심이 움직이면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라 피치 클록도 작동하지 않는다. 시간을 '일부러' 지연시키면서 김하성에게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준 것이다. 김하성은 "한국에서 경기하는 거라 심판께서 배려해주셨다"라고 말했다. 특별한 상황, 뭉클한 배려. 그렇게 김하성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2024 미국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개막전 첫 경기를 잘 마쳤다. 이날 5번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3타수 무안타 볼넷 1개로 침묵했으나, 오랜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 1만6000여 명의 응원 속에 안타를 때려내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골드글러브 수상자다운 탄탄한 수비로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경기 후 김하성은 "정말 기분 좋았고, 감사했다. 색다른 느낌이었다. 고척에서 이렇게 MLB 정식 경기를 한다는 게 기뻤다"고 말했다. 팀이 2-5로 역전패하면서 빛이 바래긴 했지만, 김하성은 결과가 아쉽긴 한데 내일도 경기가 있다. 앞으로도 쭉 경기가 있으니 준비 잘하겠다"라고 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고척=윤승재 기자 2024.03.21 07:04
프로야구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타자는 공을 보고 치지 않는다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흔히들 ‘공 보고 공 치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타석에 서면 복잡한 생각을 멈추고, 눈에 보이는 공을 방망이에 맞히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의미다. 얼마나 간명한 표현인가. 나도 ‘공 보고 공 치기’를 하고 싶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타격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가능할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투수가 던지는 공은 타자에게 점(點)으로 보인다. 잠시 후 또 다른 점으로 보인다. 이게 몇 번 반복되면 공은 어느새 포수 미트 안으로 들어가 있다. 투구가 선(線)으로 보인다면, 스윙 궤적과 만나게 하기 수월할 거다. 그게 아니어서 타격이 어려운 거다. 그러니까, 타자는 공을 보고 치지 않는다. 무슨 궤변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이후에는 타자가 시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점(공)을 보고 투구 궤적을 예측해야 한다. 타이밍을 잡고, 스윙을 시작하고, 수정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0.4초 안에 이뤄진다. 그러니 공을 보고 칠 수 없다는 거다. 타격하기 전에 자신의 스윙을 갖춰야 하고, 공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건 확고한 자기 타격이 있어야 가능하다. 타격을 완성하는 건 치열한 연구와 훈련의 결과다. 스윙은 빠르고 짧아야 한다내가 일본 프로야구(NPB)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었던 2010년 6월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김태균의 타격폼을 본보기로 삼았다’는 내용의 기사가 났다. 아베는 “김태균의 방망이가 부드럽게, 이상적으로 나왔다. 그를 보고 나도 몸 앞에 둔 배트를 (왼손 타자의) 왼 어깨에 짊어지는 자세로 바꿨다”고 했다.일본 타자들은 대개 방망이를 얼굴 가까이에 둔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배트를 뒤로 뺐다가(테이크백 또는 백스윙) 다시 앞으로 나가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아베도 그런 폼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그들 눈에는 내 론치 포지션이 특이하게 보였나 보다. 백스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파워 포지션(백스윙이 끝난 상태. 오른손 타자의 경우 오른 어깨 근처에 형성된다)에 양손을 미리 갖다 놓고선 바로 스윙을 시작했다.물론 배트가 뒤로 갔다가(힘을 모았다가) 앞으로 다시 나온다고 해서 스윙이 지체되는 건 아니다. 투수의 동작에 따라 타자도 리듬을 탄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타자도 힘을 최대한 쓸 수 있는 자세(파워 포지션)를 만든다. 백스윙할 때 양손과 어깨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다고 나는 느꼈다. 그래서 스윙이 무뎌진다고 판단해 테이크백을 하지 않은 것이다. 총에 비유하면 미리 장전한 채 격발했다. 군동작을 없애 파워 포지션에서 임팩트까지의 거리를 단축했다. 그리고 힙턴으로 만든 회전력을 타구에 실으려고 노력했다. 힘이 넘치던 서른 살 전후에 알맞은 폼이었다.물론 이건 나의 방법일 뿐 정답은 아니다. 다만 타자가 이런 선택지도 갖고 있으면 좋다. 선수는 누구나 슬럼프에 빠진다. 컨디션과 체력이 매일 달라진다. 그럴 때 폼을 조금씩 수정하며 '단기 처방'을 해야 한다.난 선수 시절 레그킥(leg kick, 앞다리를 들었다가 내디디며 추진력을 얻는 타법)을 거의 하지 않았고, 토탭(toe-tap, 앞발을 지면에 가볍게 튕기면서 하는 스윙)을 활용했다. 하체 쓰는 방법이 고정된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폼을 조금씩 바꿨다. 한 가지 폼으로 한 시즌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투수들은 빠르고 정확한 공을 던졌다. 특히 내 약점인 하이 패스트볼을 잘 구사했다. 그런데도 내가 NPB에서 버텼던 건 빠르고 간결한 스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베는 스윙을 시작하기 전, 준비 자세만 보고 내 타격을 파악했다. 그러니까 스윙을 하기도 전에 승부는 어느 정도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수 손을 떠난 공의 솔기가 타자에게 보일 때가 있다. 그걸 보고 공의 회전(구종)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게 타자의 몫이다. 훈련한 대로 몸이 움직일 뿐이다. 타격은 ‘0.4초의 예술’이다. 또 ‘0.4초의 과학’이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자신의 스윙을 완성해야 한다. 그래야 전성기가 길어진다. 나이 먹는다고 스윙이 크게 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순발력이 떨어져서 예전처럼 치지 못하는 거다. 타이밍이 늦었다고 한 박자 빨리 스윙하면 변화구에 속기 쉽다. 스트레스는 타자의 친구다타자의 스윙은 금세 끝난다. 그렇다고 야구가 짧은 건 아니다. 한 경기 플레이 타임이 평균 3시간을 넘는다. 거의 매일, 6개월 이상 시즌을 치른다.대신 인플레이 시간은 길지 않다. 야구 경기에서 양 팀 선수들이 던지고, 때리고, 달리는 시간을 다 더해도 30분 정도일 거다. 이런 야구의 특성을 선수는 잘 이해해야 한다. 야구 경기의 대부분은 ‘생각하는 시간’, ‘준비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특히 성공률(타율) 3할이 목표인 타자는 7할의 실패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꽤 예민한 성격이다. 팬들에게 늘 응원만 받은 것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 야구가 잘 안 되면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럴 때 코치님이나 선배님들이 “너 요새 왜 그래? 슬럼프야?”라고 물으면 심리적으로 더 흔들렸다.아무리 좋은 타자라도 10타수 무안타 정도를 기록하는 건 1년에 몇 번씩 겪는 일이다. 슬럼프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주위에서 슬럼프라는 말을 꺼내면 선수의 고민을 더해줄 뿐이다. 슬럼프에 빠졌다는 기사라도 나오면 무안타 기록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모른 척하는 게 도와주는 거다.타격은 기본적으로 ‘7할의 실패’를 전제하는 기술이다. 게다가 사이클이 있다. 몇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한 시즌을 견디기 정말 어렵다. ‘내가 못 쳤다’가 아니라 ‘투수가 잘 던졌다’라면서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는 프로 선수의 친구다. 그냥 같이 가는 거다.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난 스트레스와 공생하는 법을 알게 됐다. 타자가 볼로 판단한 공이 스트라이크를 판정을 받으면 예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내 타격이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는 심판 판정으로부터 꽤 자유로워졌다. 볼일 수도, 스트라이크일 수도 있는 공은 어차피 내가 노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공을 못 쳐도, 다음 공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패기는 역시 반복 훈련을 통해 만들어졌다.자, 이제 타석에 들어선다. 피로와 부상이 없는 몸으로 걸어간다. 타자의 스윙은 어느 공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단련돼 있다. 이 타석에서 못 치면? 다음에 잘 치면 된다는 배짱도 가졌다. 그걸로 이미 3할은 이긴 것이다.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2.17 07:30
프로야구

[IS 포커스] S존에 뿔난 타자들 "일관성 떨어진다"

프로야구 타자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에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KBO리그 스트라이크존(S존)은 예년과 다르다. '타고투저' 기조를 바로잡고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S존을 확대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운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설명회에서 "(S존에 애매모호하게 걸치면) 볼로 판정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건 심판이 잘못한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타자와 투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S존 확대 영향으로 투수들의 9이닝당 볼넷 허용이 지난해 4.19개에서 올 시즌 3.30개(16일 기준)로 급감했다. 평균자책점도 4.44에 3.65로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타자들의 상황은 다르다. 달라진 S존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격 지표가 하락세. 시즌을 치를수록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계속 쌓이고 있다. 타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건 '일관성'이다. A 타자는 "S존이 넓다는 것보다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어렵다. 심판도 S존을 익히는 단계라는 걸 알지만 일관적이지 않다는 게 중요하다. 매 경기 S존이 너무 다르다"고 강조했다. B 타자는 "S존 확대가 경기 스피드 촉진이나 야구 재미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라고 전제한 뒤 "S존이 심판마다 다르고 선수 유형(체형)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익숙해질 만하면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 판정 때문에 혼란스럽다. 현장에서의 가장 큰 불만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C 타자도 "심판 개인 성향에 따라 S존의 변화가 크다. 그 부분에서 일관성을 찾기 힘들다. 완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시행되는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타격 성적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D 타자는 "S존 안에 들어오는 공만 (스트라이크로) 잡아줘야 하는데 하나 이상 빠지는 공까지 잡아주니 투수에게 너무 유리하다"며 "S존을 벗어난 공까지 스트라이크로 판정돼 (볼을 골라내지 않고) 막 휘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 타자는 "S존 기준이 어렵다는 걸 정말 많이 체감한다. 경기가 타이트하게 진행되면 막판에는 S존이 더 좁아지는 느낌"이라며 "수비를 나가 (공격하는 팀을) 보더라도 판정이 들쭉날쭉하더라. S존이 넓어지더라도 일관성이 있으면 되는데 그렇지 않으니 타자 입장에선 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야구 규칙에는 S존에 대해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한다. 스트라이크존은 공을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고 정의돼 있다. 이를 적용하면 S존의 상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F 타자는 "높은 쪽 코스 변화구는 (과장해서 말하면) 점프해서 쳐야 할 정도인데 스트라이크 콜을 할 때가 있다. (시즌 전 설명회에서) 상하를 넓힌다고 하더니 좌우도 너무 넓어졌다"고 지적했다. G 타자는 "S존이 정상화되면 상단 쪽이 넓어진다고 들었는데 좌우가 왜 넓어진 건지 모르겠다. (넓어진다고 했던) S존 상단마저 점점 내려오는 느낌"이라고 했다. H 타자도 "직구는 높은 쪽 코스를 잡아주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그런데 포크볼이나 커브는 타석에서 보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느낌인데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며 "S존 상하가 넓어지고 좌우는 걸치는 공만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고 들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넓어진 것 같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설명회에서 "결정적인 순간 공 하나에 (판정이) 걸리면 이슈가 많이 될 거다. 심판도 여기에 중점을 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개막 두 달이 되기도 전에 이용규(키움 히어로즈) 김현수(LG 트윈스가)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조처됐다. 이용규와 김현수는 각각 7000타석 이상 소화한 베테랑. 피렐라는 KBO리그 2년 차 외국인 선수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장에서 느끼는 타자들의 불만은 더 크다. S존에 변화를 주면서 발생하는 과도기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5.18 05:30
야구

'로진 범벅' 日 투수 "타자는 스프레이 사용, 투수는 왜? 손에 땀이 많다"

지난 4일 도쿄올림픽 준결승 한일전. 김경문 감독이 일본 투수의 로진백 사용과 관련에 심판에 항의했다. 이 투수는 경기가 끝난 뒤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토 히로미(24.니혼햄 파이터스)는 "타자도 배트에 스프레이도 사용하고 보호 장비도 착용할 수 있다. 투수는 글러브뿐이다. 나는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로진을 만진다"라고 밝혔다. 한국은 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5로 졌다. 2-2로 맞선 8회 2사 만루에서 싹쓸이 3루타를 맞고 고개를 떨궈 결승 직행에 실패했다. 5일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전을 통해 다시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이날 2-2로 맞선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더그아웃을 박차고 구심에게 다가갔다. 일본 투수 이토가 손에 로진을 많이 묻혀 투구하는 탓에 타격 방해가 된다고 항의했다. 이토의 손에서 공이 떠날 때마다 많은 로진 가루가 흩날려 타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듯 보였다. 이토는 경기 후 "타자는 배트에 스프레이도 사용하고 각종 보호 장비도 착용이 가능하다. 투수는 오직 글러브 뿐"이라며 "나는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로진을 만진다. 공이 미끌어져 타자에게 맞는다면 훨씬 위험하다"라고 주장했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이토는 일본프로야구 정규시즌에도 로진 사용에 대해 구심에게 주의를 받은 적 있다. 이 매체는 "이토는 캐치볼부터 공을 1개씩 던질 때마다 로진을 사용하는 루틴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이날 역시 한국측의 항의를 받은 후 얼굴 근처에 송진 가루가 흩날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던졌다"며 "끝까지 로진을 흩날리며 힘차게 공을 던졌다"라고 전했다. 이토는 이날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3삼진을 기록, 승리 투수가 됐다. 이형석 기자 2021.08.05 09:41
야구

[현장 IS] 홍원기 감독 항의, 롯데 프랑코 또 이물질 검사 받아

롯데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29)가 또 이물질 검사를 받았다. 프랑코는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2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내보내지 않고 호투했다. 3회 초 롯데의 공격이 끝나고 공수 교대가 이뤄질 때, 홍원기 키움 감독이 이영재 구심에게 향해 무언가 말을 했다. 3루측 더그아웃에서 프랑코가 공을 던지러 나오자, 이영재 구심이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리고 프랑코의 글러브를 확인했다. 그러자 롯데 최현 감독대행도 마운드에 올라 구심과 이야기를 나눴다. 롯데 관계자는 "키움 벤치의 요청으로 이물질이 묻어있는지 확인했다. 심판진 확인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한다. 상대 벤치의 확인 요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일 키움전에서도 홍원기 감독은 구심에게 프랑코의 부정투구 여부에 대해 항의했다. 프랑코가 투구 전 손으로 유니폼을 만지는 행위가 반복되자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최근에는 이동욱 NC 감독도 부정 투구를 의심해 확인을 요청한 적 있다. 지난 24일 사직 NC전에서 "프랑코의 글러브에 이물질이 보이는 것 같다. 프랑코가 (묻혀 놓은 이물질에) 공을 문지르는 것 같다"라는 했다. 당시 롯데 구단에 따르면 심판진은 "프랑코의 글러브에 특별히 이물질은 없고 로진이 묻어 있었다"라고 확인했다. 롯데 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프랑코가 로진을 들고 옮길 때 글러브에 넣고 이동하면서 묻은 것 같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현 감독대행은 1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선수가 일부러 한 것도 속임수도 아니었다. 최근에 더워지다 보니 로진이 글러브에 많이 묻게 된 것 같다 경기 이후 프랑코와 코치진이 상의를 했다. 외국인 선수의 한국 무대 첫 시즌이니까 당연히 적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야구에 맞춰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상대 벤치에서는 프랑코를 예의주시하며 바라보고 있다. 2021.07.01 19:52
야구

[창간특집] OB 베어스 윤동균 서른넷 '노장' 원년 KS 진출…'막강 삼성' 박살냈지

두산그룹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로 리그에 참여했다. 당초 OB 베어스는 서울 연고를 원했지만, MBC에 밀려 대전 연고로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대전행을 받아들인 조건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3년 후 서울 연고 이전'을 보장받았다. 실제 1985년부터 대전을 떠나 서울로 연고를 옮겼다. 더 중요한 건 선수 구성이었다. MBC의 연고 지역인 서울 출신 선수를 나눠 영입하는 2대1 드래프트를 원년 개막에 앞서 진행했다. 당시에는 출신 고등학교 연고 지역 구단에 입단해야 했는데 대전 지역 고등학교 전력이 약해 서울 팜을 공유했다. MBC가 먼저 2명을 선택하면 1명을 선택하는 방법이었는데 이를 통해 박철순(배명고), 조범현(충암고), 구천서(신일고) 등을 영입할 수 있었다.윤동균(71) 현 일구회 회장도 드래프트에 따라 OB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 동대문상고를 졸업해 MBC 입단도 가능했지만 불발돼 OB 베어스와 인연이 닿았다. 실업야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야구 원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982년 3월 28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MBC와의 구단 역사상 첫 번째 경기에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회 팀 1호 결승타를 때려냈다. 그해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2(284타수 97안타), 8홈런, 47타점을 기록했다. 백인천(MBC·0.412)에 이은 리그 타격 2위. 신경식, 김우열과 함께 중심 타자로 맹타를 휘둘러 OB 베어스를 원년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프로야구가 개막한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개막보다 프로야구가 생긴다는 게 남달랐다. 당시 내 나이가 서른넷이었다. 서른넷이면 노장 중의 노장이었다. 실업야구 포항제철에서 코치 겸 선수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나이가 많아서 프로를 간다는 게 참 애매했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더라. 운동을 관두지 않고 오래 한 걸 잘했구나 싶었다. 프로에서 뛴다는 게 영광스럽기도 하고 감회가 새로웠다."-프로야구 원년 선수대표로 선서까지 했는데."그걸 6개 구단에서 서로 하려고 했다. (웃음) 다들 하길 원하니 선뜻 결정이 났겠나. 그러다가 6개 구단 대표가 모여 '나이가 가장 많은 선수가 하자'는 의견이 모였다. 당시 나하고 김우열의 나이가 가장 많았는데 내가 1949년 7월생이고 김우열이 9월생이다. 개막전이 열린 곳이 동대문야구장인데 떨리거나 그런 건 없었다. 영광스러울 뿐이었다."-당시 OB가 아닌 MBC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는데.“선수 드래프트 마감 하루 전까지 윤동균과 김우열을 뽑겠다는 구단이 없더라. 서울 연고인 MBC에선 '둘 다 필요 없다'고 영입을 포기했었다. OB에선 김영덕 감독과 김성근, 이광환 코치가 셋이 모여 고심하다가 '이 멤버로 가면 꼴찌다. 늙었어도 영입하면 1, 2년은 충분히 써먹을 수 있지 않냐'는 얘기가 나왔던 거 같다. 특히 이광환 코치가 강력하게 뽑아야 한다고 얘길 했다더라. 아마추어에선 윤동균과 김우열이 수위 타자도 차지하고 소위 날아다녔다. 결과가 어땠나. 프로야구 원년 OB가 우승할 때 윤동균과 김우열이 3, 4번 타순에서 다 했지. (웃음)” -당시 OB의 연고는 대전이었는데."어쩔 수 없었다. 어느 기업이든지 잠실과 지방 중에 택하라면 100이면 100 서울을 선택하지 않겠나. 서로 대전을 안 가려고 하니까 (구단주 회의에서) MBC에 먼저 서울 연고 조건을 준 거고 OB에는 '대전에서 3년을 보내면 서울로 연고를 옮겨주겠다'는 얘기를 한 거다. 그때는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학교 연고로 뽑았다. 광주상고나 광주일고를 나왔으면 무조건 해태로 가야 했다. 다만 광주 출신인데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했으면 해태를 못 갔다. 난 동대문상고를 나와 무조건 서울이었다." -원년 전지훈련을 마산에서 보냈는데."말이 전지훈련이지 제대로 된 운동장이 있었겠나. 프로도 아니었지. 당시 마산고나 마산상고 운동장을 빌려 연습했는데 김성근 감독이 마산상고 감독을 오래 하셔서 마산하고 인연이 있었다. 원년에는 전지훈련을 마산에서만 한 40일 정도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호텔에서 묵지 않고 '한진여관'이라는 곳에서 잠을 잤다. 당시 '한진여관' 사장이 윤상원 KBO 심판위원의 아버지였다. 그때 체중이 94㎏ 정도였는데 10㎏을 빼고 올라왔다. 체중을 줄일 방법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가면 숙소에서 운동장까지 뛰어다녔다. 왕복 5㎞ 정도 거리였는데…나중에 밥 먹을 때 수저들 힘이 없더라. (웃음) 그렇게 체중 조절을 했으니 개막전 때 얼마나 몸이 가벼웠겠나."-박용곤 구단주의 야구 사랑도 대단했는데."구단 창단 후에 당시 박용곤 구단주가 선수단 미팅을 하는데 '우리가 삼성을 이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더라. 그런 뒤 '여러분들이 삼성에 이길 건 하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야구입니다. 저는 사람 좋은 것보다 야구 잘하는 사람을 원합니다'라고 강조하셨다. 구단 창단해서 선수단에 처음 한 말이었는 데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원년에 유독 삼미(16전 전승)에 강한 이유가 있었나."삼미가 워낙 약했다. 당시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OB를 삼미 다음으로 꼽았다. 삼미가 꼴찌 후보였고 'OB는 잘해야 5등 한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다른 구단 이기기 힘들 거라고 하더라. 그런데 우승을 했으니 얼마나 큰 이변이었나. 그때 멤버가 꽤 탄탄했다. 1번 타순에 구천서와 양세종이 번갈아가면서 들어갔고 3번은 내가 쳤다. 4번은 김우열, 5번은 김유동과 신경식, 하위 타순을 이홍범·이근식·유지훤이 맡았다. 포수는 조범현과 김경문이었다. 개막하기 전까지 다른 팀에서 신경식이나 구천서 같은 선수를 몰랐을 거다. 두 선수는 실업야구 상업은행에서 뛴 경력이 있어서 난 실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정도 멤버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OB는 타선이 강했는데."백인천(당시 MBC) 감독이 규정타석을 채워 타격왕(0.412)에 올랐지만, 타격 10걸에 OB 선수(4명)가 꽤 있었다. 내가 백인천 감독과 경쟁하다가 마지막에 밀려 2위(0.342)였다. 신경식(0.334), 김우열(0.310), 구천서(0.308)까지 쟁쟁했다. 타격보다 투수가 약했다. 투수진이 은근히 괜찮았지만, 유명한 투수가 부족했다. 삼성과 비교하는 게 어려웠다. 우린 박철순 하나였는데 삼성은 그때 황규봉·권영호·이선희까지 국가대표 투수가 즐비했다. 그런 삼성을 우리가 한국시리즈에서 박살 냈다. (웃음)" -당시 룸메이트는 누구였나."내 룸메이트는 나이가 가장 어린 김진홍이었다. 그때는 고참과 막내가 함께 썼는데 김우열은 항상 김광수를 데리고 다녔다. 같은 선린상고 출신이라는 게 이유였다." -프로야구 원년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는."역시 백인천 감독이라고 볼 수 있다.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했다는 걸 야구장에서 실감할 정도였다. '일본 프로야구 벽이 높구나'하는 생각도 들더라. 일본에는 잘하는 선수가 더 많지 않았겠나. 한국에 와서 이 정도 활약하니까 일본 야구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상대하기 어려웠던 '천적'이 있었나."삼성의 이선희 투수였다. 왼손 투수인데 유독 이선희만 만나면 힘들었다. 아무래도 잘 던지기도 했고 결과적으로도 많이 약했다." -프로야구 원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당연히 한국시리즈 우승 아니겠나. 1차전을 대전에서 하고 2차전을 대구에서 하는 일정이었다. 3차전부터 7차전까지는 모두 서울에서 하는 데 대전 첫 경기가 무승부(현장 15회 3-3)였다. 2차전은 대구에서 완전 박살(0-9)이 났다. 콜드게임으로 끝나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삼성에는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2차전을 크게 지고 난 뒤 부담을 안고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당시 박용민 단장이 '내일 아침에 서울 가면 무조건 숙소생활이다'고 하더라. 당시에는 경기 끝나면 술을 자주 먹던 시절인데 단체로 묶어놓을 생각이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광환 코치가 '안 됩니다, 합숙시키면 안 되고 풀어줘야 한다'고 얘길 했다. 그렇게 해서 대구에서 단체로 술을 먹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숙소도 들어가지 않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웃음)" -분위기가 확 달라졌나."3차전부터 4연승을 해 우승한 거 아닌가. 7차전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대구에서 술을 먹으면서 패한 걸 다 잊고 서울에 올라온 게 컸던 거 같다. 이광환 코치는 당시에 지면 관두겠다며 사표를 들고 다녔다고 하더라. 서울에 오자마자 4연승을 했으니 기적 아닌가. OB는 당시 우승을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했으니 난리가 났다."-개막전 때 부정배트 논란도 있었는데."그때 방망이는 내가 봐도 어느 정도는 알루미늄배트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박용민 단장이 기자 생활도 오래 하면서 일본 특파원을 했었다. 야구를 좋아하니까 일본에서 배트를 수입했는데 아마 사용 정지된 배트를 사 온 게 아닌가 싶다. 선수들은 구단에서 나눠준 배트를 썼다. 포항제철에선 알루미늄 배트를 쓰다가 프로에 오면서 나무 배트를 썼다. 당시엔 압축배트나 이런 거에 대한 지식이 없던 시절이다." -좀 더 빨리 프로야구가 출범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었나."프로야구를 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절이다. 프로야구 출범할 때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의 공이 크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그분이 야구를 참 좋아해 노력도 많이 했다더라." -최근 프로야구에서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면."종범이 아들(키움 이정후)이다. 대단한 선수더라. 아비보다 낫다고 본다. (웃음) 이종범은 체격이 크진 않지만 야무지게 생겼는데 이종범 아들은 어떻게 보면 약해 보일 수 있더라. 그런데 1년 사이에 몸도 더 좋아진 거 같고 요즘엔 홈런도 잘 치지 않나. ‘야구천재’라고 본다. 팀 공헌도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좋은 거 같다. 발 빠르고 타격 잘하고 수비도 좋고 뭐 하나 아쉬운 게 있나. 이젠 파워까지 겸비했다. 이정후에게 도전할 만한 타자는 강백호(KT)인데 둘을 놓고 감독으로서 선택하라면 이정후다.“-일간스포츠에 대한 추억이 있나."1983년인가 일간스포츠에 가서 한국시리즈 해설도 하고 관전평도 쓰고 그랬다. 당시 한국시리즈(해태-MBC)가 광주에서 열렸는데 현역 선수다 보니까 광주를 못 가고 일간스포츠에서 TV 켜놓고 경기를 봤던 기억이 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9.21 06:01
야구

[김식의 야구노트] 너무 가까운 KBO리그 ‘야구적 거리’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이사회에서 두 가지를 결정했다. 다음달 20일 이후 정규시즌을 개막할 수 있게 준비하며, 다음달 7일부터 구단 간 평가전을 추진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 속에서도 KBO리그는 조심스럽게 시즌 맞이를 준비한다. 전 세계 스포츠가 멈춰섰고, 7월 개막 예정이던 2020년 도쿄올림픽은 내년으로 연기됐다. 그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프로야구가 시작됐다. 각 팀이 이달 중순부터 자체 평가전을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소셜미디어에 ‘지금 한국에선 야구를 한다. 미국에도 희망을 가질 일이 생겼으면…’이라고 적는 등 부러움을 표시했다. 지구촌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극복하고 팀 스포츠를 재개한다면, KBO리그가 시작점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있는 데다,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도 한몫했다. 야구는 마스크를 쓰고 할 수 있는 스포츠다. 유산소 운동 비중이 적어서다. 한화·롯데 야수들은 자체 평가전 때 마스크를 쓰기도 한다. 물론 훈련 단계라서 가능하다. 정규시즌에서 선수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야구는 ‘비대면 플레이’도 가능하다. 각자 순서(타순)와 자리(포지션)가 명확히 정해져 있다. 다른 선수와 동선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 맨몸끼리 부딪히거나, 땀이 섞이는 종목과 비교해 감염 가능성이 낮다. 개인종목인 골프만큼이나 다른 선수와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를 강조하는 시국에, ‘야구적 거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거리를 두는 스포츠다.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투수와 타자도 18.44m(투수판~홈플레이트 간 거리) 떨어져 있다. 비말이 닿을 수 없다. 물론 타자와 포수, 심판은 1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주자는 수비수와 가까워지기도 한다. 이들은 원래 서로 마주볼 일이 없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상대 선수나 심판과 긴 얘기를 나누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해 9월 3일 삼성 강민호(35)는 2루에서 롯데 유격수 신본기(31)와 잡담하다가 투수 견제구에 아웃됐다. 이 황당한 장면을 두고 은퇴선수협회는 ‘경기 중 안일한 플레이는 있을 수 없다’고 비판성명을 냈다. 팬들은 ‘KBO리그 최초의 잡담사(死)’라고 조롱했다. 강민호의 견제사만 크게 부각됐는데, 사실 KBO리그의 ‘야구적 거리’는 지나치게 가깝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선후배로 얽히는 한국 야구만의 특성 때문이다. 2000년대 초까지 서로 다른 팀 선수끼리 밤늦도록 술 마시는 일이 다반사였다. 요새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도 걱정은 된다. 상대 전력을 분석한 데이터가 모든 선수에게 전송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리그 구성원을 흔히 동업자로 표현한다. 리그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팀이 다르면 엄연히 경쟁자다. 팬은 다른 팀 선수와도 잘 어울리는 선수보다, 다른 팀 선수를 이기려고 애쓰는 선수를 원한다. 코로나19 시국에 사회적 거리를 생각하는 것처럼, 이 참에 야구도 ‘안전거리’를 확보하면 좋겠다. 무정한 말이 아니라, 규정대로 하는 거다. KBO리그 규정의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5항)’은 ‘경기 중 심판이나 상대 선수에게 친목적 태도를 금지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2020.03.26 08:25
야구

3피트 수비 방해 논란, 시즌 종료 후에 반드시 수정이 필요하다

이번 시즌 종료 뒤 3피트 수비 방해와 관련된 규정은 반드시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22일 잠실서 치러진 두산- 키움의 한국시리즈(KS) 1차전. 6-6으로 맞선 9회 말 두산의 공격 무사 1·2루서 두산 페르난데스가 친 타구가 투수 오주원을 향했다. 오주원은 선행주자를 포기하고 1루로 던져 타자만 아웃 처리했다. 그러자 키움 벤치에서 '3피트 수비 방해 아웃이 아니냐'고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판독 결과 받아들여졌다. 이에 2·3루에 도달한 선행주자는 다시 1·2루로 돌아왔다. 수비 방해 선언 시 주자는 귀루해야 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비디오 판독 후 심판진에 항의 시 퇴장인 것을 알면서도 그라운드로 걸어 나와 불만을 나타냈다. 퇴장이 선언됐다. 이번 시즌부터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면 페르난데스의 주루는 분명 '3피트 수비 방해'에 해당한다. KBO가 6월 중순 '제4차 실행위원회'를 개최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송구 시점에 '타자 주자가 3피트 라인 시작점부터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리는 경우 수비 측이 홈 플레이트 근처와 1루 파울라인 근처 수비 시에는 즉시 수비 방해를 선언'하기로 했다. 왼발만 파울라인 안쪽에 있어도 수비 방해가 선언되는데, 페르난데스는 양발 모두 라인 안쪽에 두고 달렸다. '3피트 수비 방해' 논란은 2019년 KBO 그라운드를 달군 뜨거운 이슈였다. 심판진에 따르면 감독들의 요청으로 기존의 룰을 좀 더 강화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각 구단 스프링캠프 때 구단 및 선수단을 대상으로 충분히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즌 초반 오심이 잇따랐다. '특정 팀에 불리한 판정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같은 상황서 정반대의 판정이 내려지는 등 적잖은 혼선이 발생했다. 규정에 대한 설명도 조금씩 바뀌었다.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은 더욱 컸다. 결국 6월 중순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인 실행위원회에서 규정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하는 동시에 '3피트 수비 방해' 판정을 비디오판독 대상 플레이에 추가하기로 결론 내렸다. 정리하면 ▶타구가 1루 측과 투수 쪽(가운데)을 향했을 때 야수의 송구시점에 타자 주자가 3피트 라인 시작점부터 파울라인 안쪽에 한쪽 발을 두고 달릴 경우 '무조건' 수비 방해가 선언된다. 반면 ▶3루 측 타구 시에는 심판원이 송구를 방해했다고 판단하지 않는 이상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려도 수비 방해가 선언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규정이 적용된 이후 그라운드에서 이상한 풍경이 연출된다. 희생번트를 시도한 타자가 파울라인 바깥쪽을 멀찌감치 돌아 달리는 경우가 꽤 많았다. 1루 주루 코치는 '바깥쪽으로 달려라'는 손짓을 했다. 타자도, 코치도,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도 이런 풍경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3피트 수비 방해' 선언을 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렇게 달린 것이다. 타자는 '살기 위해(출루)' 달려야 하는데, 마치 '죽지 않기(3피트 수비 방해 아웃)' 위해 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메이저리그도 '3피트 수비 방해'와 관련된 규정이 있지만 선수들은 이처럼 주루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어느 리그에서도 볼 수 없는 다소 이상한 주루 플레이가 KBO 리그에만 속출했다. 감독들이 '3피트 수비 방해' 규정의 좀 더 엄격한 적용을 요청한 것은 타자가 출루를 위해 일부러 야수의 송구를 방해하고자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리는 것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였다. 가령 타이밍상 아웃일 뻔한 타자가 야수의 송구를 방해해, 또는 송구에 맞아서라도 출루를 유도하는 플레이가 종종 발생해서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역설적으로 타자의 주루를 소극적으로 유도했다. 이전에는 심판의 주관적 판단 속에 '3피트 수비 방해' 선언이 이뤄졌다. 현재는 타구의 방향에 따라 적용 여부를 나눠 심판진이 판정에 따른 부담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나, '이게 과연 올바른 규정인가?'라는 의구심을 만들었다. 22일 KS 1차전 페르난데스의 주루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사실상 송구 방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투수 오주원은 마운드 바로 앞에서 공을 잡아낸 뒤 바로 송구했다. 1루 방향으로 몇 걸음조차 떼지 않았다. 이 플레이가 도대체 '주자-야수의 충돌 방지 및 송구 방해를 막기 위한' 3피트 룰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키움의 승리로 끝났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판정, 아마 수 년간 야구팬들의 입에 오르 내릴, 해괴한 판정으로 남았을게 틀림 없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판정으로 승부가 갈리면 이긴 쪽도, 패한 쪽도 찜찜하기 마찬가지다. 정규시즌 도중 A 감독은 "감독자 회의에서 이런 취지로 3피트 수비 방해 선언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B 감독은 "수비 방해 판정 취지는 인정한다. 주자와 수비수의 충돌에 따른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희생 번트를 하고서도 (혹시 모를 악송구 등에 대비해) 베스트로 뛰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C 감독은 "1루로 뛰는 과정에서 왼쪽 발은 파울라인 안쪽에 있어도 크게 수비를 방해하지 않는다"며 규정 완화를 희망했다. 실행위원회에 참석한 D 단장은 "3피트 수비 방해는 두 가지 상황에서만 적용돼야 올바를 것 같다. 타구가 1루 쪽 파울라인으로 향해 야수가 처리할 때, 또 (포스 아웃 등 상황에서) 홈으로 송구된 공을 포수가 다시 1루로 던질 때 상황에서다"라는 의견을 냈다. KBO와 실행위원회는 "시즌 중에 룰 개정의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KBO는 "시즌 종료 후에 감독과 심판, 실행위원회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남아있는 한국시리즈 6경기서 또 다시 3피트 논란이 불거지면 그땐 어쩔 것인가. 이형석 기자 2019.10.24 06: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